1. 커피의 출현 및 전파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아라비아 지역에 뿌리를 박으면서 주변 나라로 전파되었습니다. 이때는 주로 열매 자체를 끓여서 마셨습니다. 커피의 재배는 아라비아 지역에만 한정되었으며, 커피의 종자가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이슬람 세력의 통제와 보호를 받았습니다.
이후 중앙아시아의 북쪽 끝인 터키에 이르러 열매를 볶은 다음 분쇄하여 끓여먹는 방법이 성행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터키식 커피로 불립니다. 이는 커피가 종교적인 영역을 벗어나 대중적인 음료로 확산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던 중 12~13세기에 걸쳐 이슬람권을 침입해 온 유럽의 십자군이 커피 맛을 보게 되었고, 이들에 의해 유럽에도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기독교권인 유럽에서는 초기 커피를 이교도의 음료라고 배척하였으나, 로마 교황청에서 커피를 인정함으로써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전파되었습니다.
2. 터키식 방식에서 핸드드립 방식으로 변화
17~18세기 무렵에는 유럽 각지에 커피가 대중화 되었고, 도시 곳곳에 커피하우스가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커피 음용방법은 물에 커피가루와 설탕을 함께 넣은 다음 끓여서 마시는 터키식 커피가 유행이었습니다. 문제는 가루가 입안에 남는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없애기 위해 커피를 끓인 다음 천으로 걸러서 마시는 방법이 고안되었고, 그 이후 필터에 커피를 먼저 담은 다음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드립커피가 고안되었습니다.
진한 터키식 커피맛에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이 연한 드립커피를 수용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커피의 잡미가 터키식 커피보다 적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립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후 18세기 유럽의 카페에서는 터키식 커피에서부터 드립식 커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추출방법이 고안되고 실험되면서 커피의 발전이 지속되었습니다.
3. 증기압을 이용한 추출법의 개발
그러나 터키식 커피나 드립커피는 추출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커피의 인기가 높아지고 대중화됨에 따라 커피하우스에서는 더욱 많은 손님에게 좀 더 빨리 커피를 제공할 수단이 요구되었고, 그 대안은 이탈리아에서 나왔습니다. 19세기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커피의 추출속도를 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기계가 고안되었습니다.
추출 속도는 곧 판매량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분쇄된 입자들 사이로 뜨거운 물을 빠르게 통과시킬 수단이 필요했고, 이 때 사용된 방식이 증기압 방식이었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거치면서 1840년대에는 기압으로 커피의 추출속도를 빨리하는 여러 가지 기계들이 개발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지금의 버큠포트(사이펀)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진공추출법입니다.
버큠포트 방식은 밀폐된 용기에 물을 담고 끓이면 끓는 물이 증기의 압력에 의해 다른 용기로 이동하게 되고 가열을 멈추면 압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원래의 용기로 복귀하는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명이었습니다. 드립에 비해 추출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 효과도 그만이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증기압을 이용한다는 면에서 그것은 이후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4.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의 탄생
한편에서는 더욱 진한 커피를 선호했던 사람들은 커피 추출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증기압을 이용해 뜨거운 물을 강제로 밀어냄으로써 커피가루 사이를 빠르게 통과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1901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베제라(Luigi Bezzera)가 몇 차례의 실험 끝에 증기압을 이용한 머신을 처음으로 개발해 발표하면서 특허를 얻었습니다. 이 때 나온 베제라 커피머신의 특징은 필터 홀더에 한 잔이나 두 잔 분량의 커피가루를 채우고 컵에 직접 추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1905년에는 데지데리오 파보니(Desiderio Pavoni)에 의해 한층 완성도를 높인 커피머신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카페를 중심으로 라 파보니(La Pavoni)커피머신을 활발하게 보급함으로써 대중화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계로 얻을 수 있는 증기압은 1.5기압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잔의 커피를 연달아 뽑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이때부터 커피머신의 압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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